망원동이 아니라 망포동 꼰대겠지요..
이런 결과들을 보면, 점점 더 자신만의 성향이 확고해진다고 봐도 되겠지요.
싸이월드는 이제 접속도 제대로 안 된다.
그 전에 PDF로 백업을 해놓기를 정말 잘 했다.
안 그러면 백만불짜리 기록을 다 날릴 뻔 했네 라는 생각을 한다..
그나저나 그전 다이어리를 다 읽을 수 있을까나...
어느 덧, 무시 못 할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쌓여버렸다..
오른발은 아직도 쿡쿡 쑤신다..
이제 수술한 지 8개월 정도 된 듯 한데,
언제쯤 되어야 아무런 의식 않고 살지 모르겠다. 평생 안 될지도..
하긴 09년도에 보드 타다 나간 오른 무릎 쪽 인대도 계속 뚝뚝 소리나는 걸 보면,
평생 안고 살아야 할 소소한 장애가 또 하나 생긴 걸지도..
- 베트남 출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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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동네에는 응위옌이라는 성이 많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전주 이씨쯤 되는 듯 하다. 같이 일하는 IT팀의 친구 2명 모두 성이 응위옌이다. 우리나라처럼 성보다는 이름으로 불러야 수월한 분위기이다. 미스터리 보다는 인재 아저씨로.. ㅋ 추가로 이 친구들은 29살, 28살인데, 모두 결혼한 아저씨들이고, 현직 사내 부부들이다. 이 중 어린 친구는 아내가 임신 중이고.. 유난히 이 회사가 사내 부부가 많은 것 같다. 회사에 박아놓고 밖으로 못 돌아다니게 해서 그런가. ㅋㅋ 이런 것들을 보면, 우리나라보다 결혼이 늦는 나라가 있나 싶다. 나도 엄살만 부리는 것 같고, 어르신들 심정도 이해가 되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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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무실의 책상 자리를 보면, 2자리 걸러 1자리씩은 어항이 있는 것 같다. 사이즈도 다양한데, 대략 냉면 그릇이나 밥 비벼먹는 양지기 정도 사이즈라고 보면 된다. 큰 거는 요강이나 시골에서 인삼주 담궈놓는 큰 유리통만한 것도 있고..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호화찬란한 산소교환기나 수온유지기 같은 유료 아이템은 하나도 없이 다 쌩짜 어항이다. 민물열대어와 연꽃같은 수경재배 가능한 나무를 같이 공존시키는 것이다. 습지가 많은 동네인지라, 수경재배가 되는 나무들도 꽤 많은 것 같다. 이것들이 참 다양하고 예쁜 것들이 많은데, 회사 내라 사진을 못 찍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우리나라에서 거금을 들여가며 물생활 하는 친구들이 여길 와보면 아마 좀 충격을 먹을 것 같다. ㅋㅋ 널리고 널린 것이 습지인 이 동네에서 물생활은 기본 장착 스킬인 모양이다. 물은 어떻게 갈지 궁금해서 보니, 쿨하게 정수기의 물을 떠다가 조금씩 바꾸는데, 마치 장인이 이게 뭐 대단한 거냐라는 듯이 가볍게 고난이도 스킬을 보여주는 것 같다. ㅋㅋ 모두가 퇴근하고 늦게 돌아갈 때, 사무실을 천천히 한 바퀴 돌면서 다양한 어항들을 구경하는 것이 소소한 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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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퇴근 길에 하노이를 들어가기 전, 고속도로 옆의 변두리를 보면, 습지에 하얀 오리들과 큰 뿔의 물소들이 자유로이 방목되어 있다. 역시 여기가 베트남인가!! 여름,겨울이 또렷한 곳만 다니다가, 추위는 전혀 걱정없는 열대 지방 가까운 곳에 와보니, 이것만으로도 지구는 넓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날씨가 나쁘지 않다는 3,4월인데, 쨍쩅한 날은 그다지 없고, 대부분 흐리고 비가 올랑말랑한 날씨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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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긴 남녀 안 가리고 스쿠터가 기본 스킬이다. 자전거도 거의 없고, 차도 그렇게 많지 않고, 무조건 오토바이다. 어두운 퇴근길에 가끔 남녀 두 명에 갓난아기 두 명을 가운데 껴서 가는 가족들을 보면, 역시 베트남~ 이라고 또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주말에 큰 길로 산책을 하다보면, 공터에서 제기처럼 생긴 것으로 간이 세팍타크로처럼 주고받는 놀이를 많이 한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 잘 한다. 한국에 오면 족구 잘 한다고 현장 아재들에게 이쁨받을지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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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여긴 모든 화폐가 동전없이 지폐이다. 그리고 모든 지폐의 인물은 호치민으로 통일되어있다. 이 동네 사람들이 호치민에 대해 생각하는 마음을 알만하다. 화폐 단위는 대략 20대1 정도이다. 우리나라 만원이면 이 동네 20만동 이런 느낌이다. 이 정도면 계산하기 쉬운 단위인 것 같은데, 아직은 적응이 덜 됐는지 계산이 빠릿빠릿 되지를 않는다. 이것도 한 3개월 있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적응되겠지요.
여기서도 MOMO페이라는 것을 써보려 했는데, 페이라는 것이 여기 은행계좌에 돈을 넣고 체크카드처럼 그 때 그 때 빠져나가는 방식이다. 여기 신한은행 계좌를 만들면 된다고 하는데, 또 우리나라 신한은행과는 연동이 안 되는 것 같고.. 그냥 마음 편하게 지폐로 들고 다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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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슬슬 어린 꼰대가 되어가는 입장에서 사람 뽑을 때 뭐가 제일 중요하냐 물어보면 나는 요새 Attitude라고 대답한다. (나이 들면 또 바뀔려나..) 그런 측면에서 베트남 친구들은 같이 일하기에 편하고 부지런하고 착한 친구들이다. 빨리빨리의 우리나라 성향상 일이 무리하게 진행될 때도 있기 마련인데, 베트남 애들은 우리나라에 잘 맞춰주는 생각이 든다. 같은 아시아라서 그런가. 이런 걸 보면 공산주의냐 자본주의냐 와는 또 다른 문제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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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여기 대학들도 한국어학과가 있어서 여기를 나온 친구들을 통역으로 많이 뽑는데, 한국 한 번 안 가봤다는 친구들의 통역 실력들이 보통이 아니다. 드라마로 배우나, 뭘로 배웠지?? 회의를 할 때면, 말이 막 두서없이 나가고, 약어같은 것도 막 나가고, 고난이도 단어들도 많기 마련인데, 통역 한 2년 했다는 친구들은 막힘없이 끊기지도 않고 술술 하는 것이다.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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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여긴 점심시간에 식사를 하고 각자 자리에서 목베게를 끼고 의자를 눕혀서 자는 것이 일상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넷서핑이라도 하고 게임이라도 하고 했을텐데, 밥을 먹고 남은 40분 정도의 점심시간은 아무 소리도 없는 고요한 정적만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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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여긴 그야말로 뚱뚱한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다. 나이들면 나잇살이라도 생기기 마련인데, 그런 것도 없다. 하긴 큰 길을 지나가면서도 맥도날드 같은 것도 잘 못 찾아본 것 같네. 아직은 베트남의 고유 문화가 지켜지고 있다는 것으로 봐도 되겠지요. 근데 분명 커피는 칼로리 쩌는 코코넛 밀크 커피를 습관적으로 마시던데.. 의외로 우월한 유전자의 나라였다던가. 어쨌건, 그래서 베트남 친구들은 "한쿡 아죠씨 뚱뚱.." 이라고 한다, 이걸 한 대 쥐어박아야 하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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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현채인 라인 담당자와 시간 맞춰서 라인 앞에서 만나서 같이 들어가기로 했는데, 한 5분 정도 늦으니, 웃으면서 또렷한 발음으로 "지금 몇 시야~~" 라고 해준다. 순간 놀라서 잠시 어벙하게 있었다. ㅋㅋ 도대체 어떤 꼰대 아저씨한테 배운거야. ㅋㅋ 꼰대력 강한 한국 아저씨들과 일하다 보면, 이 순박한 베트남 친구들도 애로사항이 참 많을텐데, 이걸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걸 보면 정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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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이 동네도 코로나로 인하여 모든 식당, 까페가 셧다운 상태이다. 제어 능력이 안 된다고 생각되면, 항공도 막고 도시도 봉쇄하고 하는 것이 맞겠지요. 다만 베트남의 정책들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베트남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도 조금 있는 것 같다만, 글쎄.. 같이 일하는 친구들을 보면, 이 친구들은 인터넷이나 하나, 이런 이야기들을 알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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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별로 민족 별로 위치 별로 나름의 성향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내가 경험했던 외쿡의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 더 많았다. 일본도 그렇고 폴란드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다. 그냥 어디 하나 거르지 않고, 지구 한 바퀴를 돌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