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4
20201211~ India Del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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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hi의 첫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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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올 일 없을 줄 알았던 인도의 Delhi..
베트남 하노이도 나름 색다른 느낌이었지만,
역시 강한 자들만 살아남는다는 인도의 레벨은 그 이상이다..
압도적으로 짜릿하고 자극적인 이세계에 떨어져버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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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간디 국제 공항에서 입국부터 향인지 뭔가 태우는 냄새가 알싸하게 난다.
시작부터 매캐한 느낌이군요.
하늘은 뿌옇게 미세먼지와 스모그가 결합된 듯한 타락해버린 미래도시 느낌이 난다.
하노이는 과거같지만 여기는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듯한 퇴폐미 넘치는 미래 같다..
2020 원더키디나 녹색전차 해모수 배경과 같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서바이벌 세상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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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래도 주말 동안은 새벽에 살짝 비가 오고 해서 그런지 공기가 좀 맑아지더라..
그제서야 한 1킬로 이상 거리들의 건물들이 보이는 듯 하다..
그러나 다시 미세먼지와 안개가 자욱해지면 300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다..
날씨는 우리나라 환절기와 같은 느낌이다.
낮에는 나들이하기에는 딱 좋은 온도이고, (온도만...)
밤에는 조금 쌀쌀하다.
만약에.. 혹시나.. 나~~아중에.. Delhi로 여행 올 일이 있다면, 날씨로는 지금쯤이 딱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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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여긴 동물들이 참 많다..
하늘에는 매, 까마귀, 구관조, 비둘기 등이 날라다니고,
인도답게 길에 한가로운 소들도 가끔 있고,
리트리버만한 짧은 털의 호리호리한 들개들도 많고,
호텔 야외 수영장 쪽에는 다람쥐들이 겁도 없이 사람들 사이를 다닌다.
기본적으로 여기는 동물들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는 분위기인 듯 하다.
들개들도 길거리 음식을 파는 아저씨에게 꼬리치며 먹을 것을 달라고 애처롭게 보고,
그러면 아저씨는 못 이긴 척, 먹을 것을 하나 던져주고 그러더라.
매인지 솔개인지 꽤 많다. 쥐를 노리는지 건물들 사이로 꽤 저공비행을 하면서 오래도록 배회한다.
내 꿈은 맨하탄의 매가 되는 거였는데... Delhi의 매가 아니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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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음식에 대한 걱정이 있었는데, 아직까지는 완전 기우였다.
카레나 난은 우리나라의 인도식당과 거의 같은 맛이다.
인도음식점들의 음식들이 한국 입맛에 맞춰 어레인지하거나 하는 것 없이 그냥 그 맛이었구나.
심플하게 먹을만 하고 나쁘지 않다.. 그닥 짜거나 한 것도 없고..
사람에 따라서 물갈이로 설사만 주구장창 한다는데, 난 그런 것도 없다.
어디서든 주는대로 자~알 먹고 다니니, 어딜 가도 굶어죽지는 않을 듯..
살짝 아쉬운 점은 밥인데, 여기 안남미는 베트남의 안남미보다도 더 길쭉하고 퍽퍽한 느낌이다..
그래서 어차피 탄수화물을 먹는다면 난이 더 맛있고 괜찮은 것 같다.
참고로 인도 사람이 안남미로 지은 밥을 먹을래, 폴란드 사람이 김포쌀로 지은 밥을 먹을래 하면,
난 그래도 인도 사람이 안남미로 지은 밥을 고를 것이다.
그 정도로 유럽 사람들의 아시아의 쌀과 밥에 대한 이해도는 완전 꽝이었다.
김포쌀로 전기밥솥으로 했는데도 맛이 없으니 잘 이해가 안 되죠.
아 그리고 과일이 맛있다. 베트남보다도 더 맛있는 것 같다.
수박, 메론, 망고 등이 나오는데, 건조한 동네라 그런가 더 달달한 것 같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 나라는 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 술을 멀리 하는 문화라지만..
호텔에서 주는 맥주를 한 병 마셨는데,
와.. 우리나라 맥주와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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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예전에 어디선가 이런 질문을 봤던 것 같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중 평생 한 가지를 배제해야 한다면 어떤 것을 배제할래..
나는 고민하다가 결국 소고기라고 했던 것 같은데,
3개월간 본의 아니게 소고기를 배제하는 모의 테스트를 하게 되었다.
이런 테스트를 원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ㅋㅋ
메뉴들을 보면, 여기는 고기류는 주로 닭고기를 많이 먹는 것 같다. 돼지고기도 별로 없다.
역시 이세계라 할 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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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여기는 물이 귀하다. 중동처럼 기름보다 물이 비싸거나 한 정도는 아니더라도
수질부터 우리나라의 수돗물과는 차이가 있고, 펑펑 쓰기도 미안하다.
그래도 여기는 나름 HYATT 호텔이니 정수를 잘 하는 편이라지만,
샤워기 필터 꼭지를 며칠 써보면 슬슬 하얗던 필터가 흙색으로 물들어간다.
뭐 그냥 대충 신경쓰지 말고 씻고 해야지. 갠지스강에 씻는 정도는 아니니..
곳에 따라서는 세탁물에서 흙냄새가 난다는 곳도 있는데, 여긴 그 정도는 아니다.
(다행히 빨래를 강물에 빨아오는 알바생을 시키거나 하는 건 아닌 듯.)
덧붙여서 예전에 우리나라를 물부족 국가라고 하던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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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첫 출근을 하는데, 아침부터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하늘이 또 뿌우옇다.
하늘에 동그랗게 하얀색 백열전등처럼 떠있는데, 저게 해인지 달인지 분간이 안 된다.
그래도 출근 시간 지나고 낮이 되니 조금씩 깨끗해지는 것 같더만, 저녁 때 퇴근시간이 되니 다시 뿌옇게 되는군요.
굳이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공기가 안 좋아서 마스크는 필수인 듯 하다.
오랜만에 버스를 타면서 멀미가 날 뻔 했는데,
어느 회사의 버스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스펜션의 반동이 장난이 아니다.
무슨 산악 자전거 타고 산을 내려오는 느낌이 든다.
길의 조그마한 요철에도 차가 띠용띠용 튀는데, 귀의 달팽이관에 아주 안 좋다. ㅋㅋ
오늘 별로 걷지도 않았는데, 워치에서 14000걸음을 걸었다고 표시되길래, 뭐지 했더만
버스에서 띠용띠용 하던 반동이 한 시간 내내 다 걸음으로 카운팅된 것이었다.
이런 버스는 진짜 처음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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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인도의 컨텐츠 하면 역시 Bollywood이다.
호텔의 TV를 틀어보니, 채널이 100개가 넘는데 다수의 채널이 Bollywood로 종류별로 채널별로 아주 세세하게 나눠져 있다.
발리우드 액션, 발리우드 코메디, 발리우드 키즈 등등등..
이 동네는 21세기가 되어서도 컨텐츠만큼은 참 안 변하는구나 싶다.
남녀의 끈적한 눈빛 교환에 돌아가는 카메라 앵글, 그리고 마지막에는 모두 함께 하는 군무..
참 너무 그대로라서 반가울 정도랄까..
이런 걸 보면 우리나라 문화의 변화 속도는 어마무시하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여러 채널 중에 MORE BOLLYWOOD 라고,
여러 Bollywood 영화에서 노래가 나오는 부분만 뮤직비디오처럼 짤라서 편집해서 보여주는 채널이 있더라.
난 이 채널을 3개월간의 ASMR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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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그래도 고대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이고, 석가모니의 고향이고, 요가의 나라이고, 마하마트 간디의 나라이고,
어머니와 같은 히말라야를 가까이 한 신비로운 동네임에는 분명하다.
여기에서 배워보고 싶고 접해보고 싶고 느껴보고 싶은 문화들이 많이 있다.
지금은 힌두교가 대세지만, 역사적으로 불교, 이슬람교 외에 내가 모르는 온갖 종교와 신앙들이 거쳐온 동네인지라
그림이나 조각, 건물 등에서도 다양성에서는 확실히 보는 재미가 있는 동네이다.
문제는 코로나...
아쉽게도 이번 출장은 거의 돌아다니기 어려울 듯 하다.. 타지마할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