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from/2021

20211005

알랑방9 2021. 10. 5. 23:46

 

 

포항 여행갔던 이틀째..

 

피곤에 쩔어서 딱딱하고 뜨거운 바닥에 정신없이 퍼지고

 

새벽 5시반에 어찌어찌 일어났다..

 

급하게 일어나서 6시에 웨이브호에 사람들을 태워보내고..

 

난 어쩔까 하다가 마침 일출이 6시28분 예정이라 일부러 오기 어려운 호미곶에 일출을 보러간다..

 

날씨가 살짝 안개낀 느낌이었는데, 해가 뜰 때는 그림같은 멋진 풍경을 선물해준다..

 

일출하면 뭔가 희망에 가득찬 느낌이었는데,

 

손 조형과 더불어 베르세르크의 고드핸드 일식을 떠올린 나는 얼마나 삐뚫어진 건가.. ㅋㅋㅋ

 

그 와중에 손 조형 앞에 나서서 능청스럽게 인별그램용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실로 존경스럽다..

 

그리고 그 와중에 혼자 여기까지 일출보러 오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듯...

 

난 내가 봐도 참 특이한 성격인 것 같다..

 

 

 

그 다음에 어쩔까 하다가 걍 경주로 쐈다..

 

시간 상 경주시내로 가기는 좀 그럴 듯 하여 동쪽의 불국사로 가는 것으로..

 

불국사/석굴암은 이번이 세번째네요..

 

8시 오픈에 맞춰 들어가니 사람도 별로 없고, 평소에는 번잡한 불국사가 고즈넉하니 좋다..

 

다른 것도 다 좋지만, 드디어 제대로 복원된 석가탑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 너무 반가웠다..

 

그동안 다보탑 혼자서 좀 쓸쓸하고 아쉬운 느낌이었는데,

 

이제야 균형이 맞고 대웅전 안에 조화롭게 마무리된 느낌이다..

 

참 좋네요..

 

석굴암을 갈까말까 하다가 또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기 그래서 7킬로의 산길을 차로 올라갔다..

 

여기도 성수기 때는 올라가는 산길까지 어마어마하게 막혔던 것 같은데,

 

아침 일찍 가니 주차장에 자리도 널럴하고 좋네요..

 

석굴암 앞도 그전에 왔을 때는 줄이 엄청 길었는데, 이번에는 기다리는 사람도 없이 그냥 슝슝 넘어간다..

 

참 굉장하고 대단한 본존불인데, 사진을 못 남기고 너무 짧은 시간만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아쉽네요..

 

그래도 잊혀졌던 기억을 다시 되살린 느낌.. 또 언젠가 보러올 수 있겠죠..

 

다시 석굴암 입구까지 와서..

 

그전에 왔을 때는 석굴암 입구부터 불국사까지 가던 2.2킬로의 토함산길이 참 좋았는데..

 

이번에는 차가 있으니 어쩔 수가 없이 그냥 가야겠네요..

 

어느 덧 10시가 되어 슬슬 돌아갈 것을 생각해야 하는 시간이라서

 

경주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황룡사지는 패스하고,

 

오랜만에 감은사지와 대왕암 쪽으로 돌아서 가보기로 한다..

 

그러다가 시간이 부족해서 결국 감은사지만...

 

문무왕 대왕릉과 쌍이 되는 감은사이지만

 

산 아래의 넓은 좋은 자리에 3층의 거대한 석탑이 나름 원형대로 잘 보존되어 있음에도

 

관련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서 그 모양을 추정만 해볼뿐인..

 

그야말로 신라통일 이후의 화려함이 그대로 시간에 깎여서 남은 듯한 느낌을 준다..

 

감은사지의 아래에는 금빛의 벼들이 잘 익어가서 넉넉하고 풍요로운 느낌을 준다..

 

1300여년을 한 자리를 지켜온 두 개의 거대한 삼층탑..

 

국보임에도 말년에 소박하게 시골생활을 하는 거사를 보는 듯 하다..

 

 

 

여기까지 짧은 경주 나들이였고 다시 구룡포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합류해서 포항 시내의 포갈집이라는 갈비집에서 가볍게 먹고

 

맥도날드에서 아이스크림과 커피로 잠 좀 깨고..

 

포항부터 스트레이트로 주욱 올라왔다..

 

망포에 내릴 때가 대략 6시가 좀 안 되었을 때인 것 같다..

 

그 다음 이틀은 거의 무의미하게 히키코모리 모드였으나,

 

이렇게 갔다오는 것이 쉽지 않으니, 보람찬 여행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단풍즈음에는 강원도에 좀 다녀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