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에 걸쳐서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몰아서 봤다..
2주간이라고 했지만 어제 그제 이틀 동안 16화 중 11화분을 몰아서 봤네..
여운이 오래 남는 작품 중 하나로 감상평이라도 남겨두려 한다...
밑에서부터는 밖에다 내보내려 존댓말로.. ㅋㅋ
화제의 드라마였던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지난 주말간 몰아서 봤습니다.
여운도 길었고, 과거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도 많이 하게 한 좋은 드라마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많은 분들이 보기를 추천하면서, 그에 대한 소회를 남겨볼까 합니다.
1. 작가
드라마를 볼 때 항상 가장 먼저 체크하는 것은 작가입니다.
드라마도 결국 이야기이고, 이야기를 뼈대를 만드는 사람이자 중간중간 적절한 대사로 소스도 쳐야 하는 역할..
작가만 봐도 전체적인 스타일이나 방향성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기에 항상 작가를 먼저 체크합니다.
다만 과거에 지상파만 있을 때에는 드라마도 많지 않으니, 몇몇 네임밸류 대단하신 작가님들에게 편중된 느낌이라면,
요새는 드라마 제작 편수도 많아지고, 다양한 성향의 드라마 작가들이 나와서 쉽게 속단이 어렵더라구요.
우선 권도은 작가의 전작을 보니, 검블유가 있더라구요.
저는 임수정씨를 좋아하지만, 검블유는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양대 검색 포탈 회사를 배경으로 포탈의 위력이나 화두를 던지는 것은 주제로써 좋았는데,
간간이 들어가는 연하남과의 로맨스나 감정이입 안 되는 (브)라이언이나
결국 결정타로 뭘 말하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는 흐름이나 용두사미의 느낌이 강했거든요..
(결국 자기 주장 강한 커리어 우먼들의 성장기이자 성공기 정도로 인식했습니다.)
2521을 몰아보기 전, 모공에서 마지막회에 대한 반응들을 봤는데, 뭔가 난리가 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 이번에도 뭔가 모두가 만족할만한 결말은 아니었구나 라고 살짝 숙이고 시작했습니다.
작가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았음에도 이 드라마에서 대사들은 느낌들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날 것 같은 느낌이지만, 이게 고등학생이라 더 직설적이고 강하게 꽂히고 납득이 되는 느낌..
당장 기억에 가장 남는 날 것 느낌의 대사는 라이더37과 인절미가 마로니에 공원에서 만날 때,
남주혁을 인절미로 오해한 김태리가 "널 가져야겠어" 하는 대사였습니다.
이 이외에도 김태리씨가 "함부로 말하는" 대사들이 참 많았는데, 전혀 불편하지가 않더라구요.
이 부분은 작가의 도전이 먹혔다고 보고 있습니다. 뭐랄까 철저하게 김태리씨를 믿고 던지는 느낌이었달까요.
다만 마지막 부분은 역시 용두사미 쪽이 강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말이 문제가 아니라, 결말로 가는 과정이 약했다고 봅니다.
2. 연출
연출을 세세히 체크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한 5년 사이에 우리나라 드라마의 연출력이 엄청나게 올라갔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장소 섭외도 보다 신경쓰고, 구도라던가, 색감이라던가, 음악을 배합하는 것까지
마치 한류의 붐으로 대중음악의 곡 자체의 퀄리티가 많이 올라간 것처럼,
드라마의 연출 또한 한국 드라마의 세계화와 동시에 많이 올라갔음을 느낍니다.
촬영지로 주로 많이 쓰인 곳이 전주의 한옥마을 인근이더라구요.
주로 기억에 남는 나희도의 집이나 굴다리라던가 책대여점이라던가 다 이 쪽이더라구요.
(나중에 전주 가면 한 번 들러봐야겠습니다.)
그 외에 기억이 강했던 곳이 정류장인데, 저는 수원 사람이라 보자마자 헉 했습니다.
저기 분명 팔달문에서 서장대로 올라가는 길목인데, 저기서 찍었다고???
정류장 씬이 적은 것도 아니었는데, 아무리 몰아찍더라도 촬영장소를 이렇게 멀리 옮겨가면서 찍는 것도 쉽지 않았겠구나 싶더라구요.
그만큼 촬영 장소나 구도에 신경을 많이 들였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올해로 배용준씨, 최지우씨 출연한 겨울연가가 20년이 되었는데,
사실 드라마가 일본에서 대박이 나고, 일본의 아줌마 팬들이 춘천, 남이섬까지 오는 게 그전에는 잘 이해가 안 됐었거든요.
(작년에 춘천 가면서 슬쩍 들러본 "준상의 집"은 재개발로 철거 직전이라 조금 씁쓸하더라구요.)
그런데 최근 들어 멋진 장소들에서 찍은 드라마들을 보고 몰입을 하다보면,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많이 들더라구요.
그만큼 연출에 대해서는 불만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3. 김태리
김태리란 배우는 참 대단합니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철저히 하는 것 같고,
기본적으로 발성이 좋아서 자막없이 봐도 무리없는 배우이기도 하고,
표정으로 보여주는 연기가 정말 변화무쌍합니다.
보통은 성인배우가 고등학생 연기를 한다면, 잠깐 회상 정도라던가 길어도 한두회 분량인데,
이번에는 드라마 통으로 고등학생 연기를 했더라구요. 무려 90년생인데 말이죠.
그럼에도 "함부로 말하는" 고등학생 연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펜싱까지 외곬수스러운 소년만화틱한 전개에도 막힘이 없었구요.
화장을 한 듯 안 한 듯한 고등학생스러운 분장도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이 느껴지고,
펜싱을 하면서 보이는 평소의 8자걸음에도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쓰는구나 느꼈습니다.
이 드라마의 최고 수훈갑으로 봅니다.
도대체 어느 누가 나희도 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전 잘 모르겠네요.
전 작가, 연출 다 떠나서 김태리씨가 드라마에 나온다면, 아무 사전정보 없이도 무지성으로 1화는 볼 것 같습니다.
4. 남주혁
모델 출신의 많은 대성한 남자 배우들이 있었지만, 남주혁은 그동안의 여배우 복은 많았어도 임팩트는 약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나는 상대역으로만 역도요정 김복주(이성경), 하백의 신부(신세경), 눈이 부시게(한지민), 스타트업(배수지) 등이 있었죠.
(어쩌다 보니 생각보다 많이 봤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역도요정 김복주는 정말 재미있게 봤었습니다. 뺀질거리는 체대 수영부 역할이 인상적이었죠.
(제가 기억하기에는 당시 같은 시간대에 SBS에서는 전지현이 인어로 나오는 푸른 바다의 전설인가 하는 드라마가 나와서 김복주의 시청률 자체는 망이었지만요.)
작품성까지 모두 잡은 기억에 남을만한 작품은 눈이 부시게 정도로 보는데, 이 작품은 워낙 한지민씨-김혜자씨 조합이 강해서 남주혁씨의 인상까지는 강하게 남지를 못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진짜 여배우 복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몰락한 집안의 도련님으로 좌절감을 느끼면서도 나희도와 같이 성장해가는 전개가 참 좋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아버지의 빚을 받으러 온 사람들에게 두려워하듯 울먹이며 "앞으로 행복하지 않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원래는 방송부와 밴드를 병행할 정도로 밝은 성격이었으나 집안이 망한 이후에 그늘도 더해진 도련님..
개인적으로는 기대 이상으로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모델 출신의 대박 배우의 반열에 들어가기를 기대해봅니다.
5. 이야기의 전개와 결말
주인공들의 이야기 전개는 참 좋았습니다.
둘 다 힘든 과정에서도 서로의 응원으로 같이 성장해가는 이야기..
그 와중에 펜싱에서의 성공이나 기자로써의 성공 또한 적절히 배합한 느낌..
가끔 학회나 산학 등으로 대학교에 갈 일이 있으면, 막 밝고 에너지 넘치는 화사한 느낌을 받으면서 기분 좋아지잖아요.
이 드라마를 보면서도 비슷한 걸 느꼈습니다.
가까워지고 의지하게 되고 그러면서 이런 사랑도 해볼까 라고 달리는 과정들이 정말 첫사랑 때의 불안불안한 과정을 잘 살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조적으로 해피엔딩으로 끝난 고유림과 문지웅 쪽은 할애한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서 그런지, 납득도 잘 안 되고 크게 몰입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이 부분은 고유림, 문지웅 역의 배우들이 못 했다기 보다는, 작가의 배려가 좀 부족했거나 주인공들을 위해 희생당한 느낌이 있었다고 봅니다.
대사도 그렇고 연출도 그렇고, 주인공들과는 대접이 너무 다르니 이 부분은 어쩔 수가 없달까요.
다만 나희도의 라이벌로써의 고유림은 어느 정도 할애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소~~올직히 고유림이 처음에 나희도를 경멸하는 듯한 계기라던가, 채팅 현피(?) 이후에 급 친해진 부분은 전 잘 납득이 안 되더라구요.
유림이가 러시아로 귀화를 하는 것이나 승완이의 자퇴나 예지의 펜싱부를 그만두는 이야기는 지나가는 서브스토리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결말인데,
사실 이렇게까지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해놓고, 둘이 결국 안 된 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첫사랑 생각이 나기도 하고... ㅠㅠ)
다만 드라마인만큼 둘이 가까워지는 과정만큼 헤어지는 과정 또한 세심하게 신경을 썼어야 한다고 봅니다.
몇 개월 동안 삐삐에 녹음된 음성 하나로 서로를 의지했던 사람들이
몇 개월 동안 통화로 응원이 닿지 않는다고 집 앞에서 터널 앞에서 그렇게 모진 말들을 하며 끝내야 했을까..
물론 사랑에 서툰 현실의 머글들은 그럴 수 있겠지만, 이 드라마에서 그런 걸 바란 사람은 많지 않았을 거라 봅니다.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 밖에 없는 과정들을 조금 더 시간을 할애해서 정성을 들였으면 어땠을까..
멜로 드라마의 두려운 부분은 사랑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은 참 거침없이 흡입력을 가지며 가는데,
사랑이 이뤄진 이후에는 달달하기만 하고 힘이 빠진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서 이 드라마는 주인공들의 이별이 예정되어있다면, 멜로 드라마의 약점을 깰 수도 있지 않았을까 기대를 했었는데..
이 부분은 아쉽게도 두 주연의 힘으로도 안 됐던 것 같습니다.
6. 김소현
네이버에 스물다섯 스물하나 라고 검색해보면 바로 밑에 가장 먼저 나오는 연관 검색어가 김소현 이더라구요.
그만큼 드라마를 보면서 김소현씨 연기가 신경쓰였던 시청자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뮤지컬계에서는 아주 유명한 분이시고, 짤로 라디오스타에서의 학벌이야기나 TV 채널 돌리면서 부부끼리 나오기도 했던 걸 봤던 것 같은데요.
중년의 희도가 나올 때마다 연기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게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차라리 민채는 자연스러운데, 왜 연기 베테랑인 김소현씨는 불편하게 느껴질까 생각을 했습니다.
뮤지컬과 드라마가 이렇게 느낌이 다를까...
연극에서 잔뼈굵은 연기자들이 드라마로 진출하여 성공하는 케이스가 많은데, 뮤지컬과 연극은 또 다른건가..
왜 일본 드라마를 보면서 연기가 어색하다는 것이 만담이나 연극같은 느낌이 강해서라는데,
뮤지컬은 연극과는 또 한 차원 다른 세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전도연씨 같은 분이 나와줬으면.. 분량이 적으니 적은 개런티로 어떻게 안 되려나..
이런 쓸데없는 생각도 들더라구요.